그의 '정상을 향한 독주'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.
이전의 주석과 미래의 주석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새 앨범 [5.5]
한국힙합의 시작을 알렸던 화려한 멤버 중 한 사람. 한동안 침묵하던 주석이 다시 돌아온 건 지난 2010년. 실로 오랜만에 듣는 '주석'이라는 이름과 그가 들고 온 다섯 번째 정규앨범은 힙합 팬들을 흥분케 하기에 충분했다. 그리고 여섯 번째 정규 앨범으로 가는 길목에서 우린 또 한 장의 작품을 거머쥐게 되었다. 바로 주석의 [5.5] 앨범이다.
그 동안 가요계에서 기획적으로 나왔던 무수히 많은 '.5' 앨범들을 떠올려서 주석의 이번 앨범 역시 얼핏 거쳐가는 작품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. 하지만 앨범을 플레이 하는 순간 그것이 선입관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. 그만큼 [5.5]는 구성과 곡의 완성도가 모두 튼실하다. 정규앨범과는 또 다른 형식으로 꾸린 미니 앨범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다는 얘기다.
앨범 전반적으로 강렬한 힙합 비트와 팝_랩 성향의 곡이 위화감 없이 잘 어우러지고 있다.. 가장 주목할 곡은 아무래도 최근 여성 솔로 보컬리스트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에일리가 피처링한 타이틀곡 "난 널 잊었어"다. 멜로디컬한 비트와 보컬, 그리고 적당히 힘을 빼고 유려하게 흘러가는 랩핑이 끈끈하게 맞물린 세련된 팝-랩 송으로, 비트에 잘 묻어나는 에일리의 보컬과 함께 밴드 애쉬그레이의 기타리스트 노민혁의 귀를 잡아 끄는 기타 리프가 곡의 맛을 더한다. 특히, 주석은 헤어진 연인에 대한 마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가사를 통해 랩퍼만이 전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의 정석을 보여준다.
한동안 힙합 팬의 뇌리 속에서 잊혀질 뻔했던 한국힙합 베테랑 주석은 지난 정규 앨범과 일련의 활동을 통해 다시 팬들의 가시권에 진입했고, 이번 미니 앨범 [5.5]로 여전히 그 중심에 우뚝 서있음을 증명하고 있다. 그의 '정상을 향한 독주'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.